[사설] 계엄의 밤, 그 후 1년 :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민주주의

김재우 논설위원 (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 2025-12-03 13:57:39

‘계엄의 밤’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균열과 시민 각성의 1년
정치 개혁과 새로운 사회계약… 시민이 설계하는 제7공화국의 서막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1년 전 계엄의 밤,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멈춰설 수 있는지를 보았다.
그 기억을 딛고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어갈 책임은 이제 시민에게 있다.

2025년 12월이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우리는 아직 작년 그 겨울을 기억하고 있다. 2024년 12월의 어느 밤, “국가”라는 이름으로 헬기가 하늘을 맴돌고 장갑차가 도심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우리를 압도한 것은 장비의 위압감이 아니었다. 민주주의가 단 한 번의 명령으로 이렇게 쉽게 멈춰설 수 있다는 냉혹한 진실이었다.

수십 년의 희생과 투쟁으로 쌓아 올린 자유가 생각보다 얇은 얼음 위에 놓여 있었다는 깨달음. 그 충격은 아직도 이 나라 시민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일상은 돌아온 듯 보이지만, 불안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혹시 다시?”라는 말 없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계엄 이후 한국 사회가 겪는 가장 큰 후유증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사실을 우리는 절실하게 배웠다.

정치권은 큰 흔들림을 겪고도 변한 것이 많지 않다. 책임 규명은 정쟁 속에 묻혔고, 시스템 개혁 논의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취약한 정치 구조 속에 머물러 있다. 장갑차는 철수했지만, 민주주의의 균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시민이다. 감시자에 머물던 시민은 이제 설계자가 되어 질문한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이는 지도자 한 사람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 세워야 할 운영의 원리에 대한 질문이다.

경제 또한 정치적 불안을 그대로 흡수했다.
경제는 믿음을 먹고 자란다.
정치가 흔들리자 자본은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세계는 한국을 북한 리스크가 아닌 거버넌스 리스크—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성—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과 투자 위축이 일상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곧 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 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하고있다.(사진 출처: 대통령실)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이재명정부는 혼란의 시기를 수습하며 국정 안정과 경제 신뢰 회복에 나섰다. 재정·금융·산업 정책을 재정비하고 수출 기반을 회복하며 시장 심리를 살려내고 있다. 환율도 극단적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정치 개혁 없이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다.

1987년 체제는 한 세대를 지켜냈지만, 지금의 현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기능과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구해야 한다.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제도화하며, 정치적 실패가 국민의 고통으로 직결되지 않는 체제. 그 미래의 이름은 어쩌면 ‘제7공화국’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출발점은 시민이다. 기억을 잃지 않고, 다음을 고민하는 공동체의 의지가 이 땅에 살아 있다. 그 의지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동력이 된다.

1년 전 그 밤, 우리는 무너질 수 있는 나라를 보았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세울 수 있는 국민을 보고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제도를 지탱하는 시민의 책임과 용기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가 그 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나라를 다시 세울 것인가?

정답은 시민의 역사 속에 이미 적혀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 선택의 시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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