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집,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주택

박상은

press@focusnjn.com | 2026-09-08 14:58:08

닫힌 콘크리트 벽 안에 열린 하늘…빛과 바람, 비까지 삶의 일부로 만든 건축

ⓒ 박상은

이번 겨울, 오사카 여행을 하며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걷다가 주변의 평범한 집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을 마주하였다. 창문이 없는 단순한 회색 콘크리트 상자 같은 모습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나의 시선을 끌었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은데도 그 자리에 단단히 서 있는 느낌이 들었고, 주변 풍경과 어울리면서도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건물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스미요시 주택’이다.

외부를 닫고 내부에 집중한 집

겉에서 보면 이 집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으로 보인다. 창문이 없어 내부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고, 콘크리트 벽은 도시의 소음과 시선을 차단하는 것처럼 보여 처음에는 다소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집이 내부 공간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를 차단한 구조라는 점을 알고 보면 오히려 이 단순한 외관이 더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주택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건물 중앙에 배치된 개방형 중정이다. 거실과 침실 사이에 위치한 이 공간에는 지붕이 없어 햇빛과 바람, 비가 그대로 들어온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이 마당을 지나야 하므로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이동해야 한다. 편리함만 생각한다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집 안에서도 자연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내와 실외를 분리하기보다 자연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 Tadao Ando

빛과 바람, 시간의 흐름을 들이다

중정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빛과 공기,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핵심 장치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의 모습이 집 안의 분위기를 계속 변화시키면서 자연이 주거 공간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이는 외부 환경을 차단하고 안정적인 실내를 만드는 일반적인 주택 구조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특징이다.

이러한 공간 개념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과도 깊이 연결된다. 그는 건축이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자연의 빛과 바람이 머물 수 있는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스미요시 주택은 이러한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장식이나 형태로 집을 완성하기 보다는 자연 요소가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불편함이 건네는 건축적 질문

실제로 마주한 이 주택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넘어서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느낌을 주었다. 현대 도시의 주거 공간이 편리함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것과 다르게 이 주택은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비를 맞으며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만든다.

이렇게 도시의 분주함과 여러 다양한 소음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 이 작은 콘크리트 주택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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