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 띄운 정부…‘한국판 DARPA’는 구호가 아니라 권한에서 갈린다
포커스N전남 기자
press@focusnjn.com | 2025-12-17 15:01:06
‘암·휴머노이드·핵융합·초지능 AI’ 등 난제 도전…정치화·성과압박 넘을 제도 설계 필요
글로벌 IT미디어 '메타X'에 따르면, 정부가 ‘K-문샷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암·난치질환 정복, 휴머노이드 보급, 핵융합·SMR, 초지능 AI, 차세대 반도체 등 국가적 난제를 ‘임무 중심’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에는 핵심 임무와 마일스톤을 설계하고, 이후 대규모 투자와 연계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이 구상은 자연스럽게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질문은 단순하다. K-문샷은 한국판 DARPA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예산 규모보다 ‘운영 권한’과 ‘실패를 대하는 제도’에 달려 있다.
공모형 R&D에서 임무형 R&D로…핵심은 ‘권한의 이동’
K-문샷은 기존의 과제 공모형 R&D와 결이 다르다. 정부가 국가적 난제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목표와 마일스톤을 설정하는 Top-down 임무형 모델이다. 동시에 연구자·국민 제안을 받는 Bottom-up 트랙을 병행해 개방성도 확보하겠다고 했다.
형식은 DARPA와 닮았다. 다만 DARPA의 본질은 ‘큰돈’이 아니라 프로그램 매니저(PM)에게 부여된 강력한 결정권과 책임이다. 빠른 중단, 방향 전환, 과감한 선택이 가능해야 임무형 R&D가 작동한다. K-문샷이 실제로 PM 중심의 권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임무형이라는 이름을 달아도 운영은 다시 관리형 R&D로 되돌아갈 수 있다.
“실패를 허용”만으론 부족…실패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적 R&D 문화”를 강조하며, 성실 수행을 평가하고 의미 있는 실패에는 후속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지만 실패 허용은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예산 집행 책임, 국회·감사 대응, 언론·여론 압박이 결합된 환경에서는 ‘실패가 곧 책임’으로 환원되기 쉽다. 실패가 개인의 낙인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비용으로 처리되려면, 예산·평가·감사 체계에서 실패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임무 리스트의 유연성, 정치화의 통로가 될 수도
K-문샷이 다루는 영역은 국가 전략기술이다. 이는 곧 정권 교체, 정책 우선순위 변화, 정치 일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무 리스트를 정기 업데이트하겠다는 계획은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개입의 통로가 될 위험도 있다.
장기 연구는 연속성이 생명이다. 임무가 흔들리면 기술 목표와 투자, 인력 축적이 동시에 흔들린다. ‘문샷’이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권과 무관하게 미션을 지속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출연연 재편(Post-PBS), 기회이자 시험대
K-문샷과 함께 출연연을 임무 중심 연구소로 재편하는 ‘Post-PBS’ 추진도 맞물린다. 국민체감 성과 100개 창출, 산학연 협력 강화가 목표로 제시됐다.
그러나 단기 성과 압박이 강해질수록 임무형 R&D는 다시 ‘성과 중심 관리’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 임무 수행의 자율성과 장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K-문샷은 “기존 대형 과제의 이름만 바뀐 형태”로 남을 수도 있다.
‘한국판 DARPA’의 조건…세 가지가 빠지면 문샷도 멈춘다
K-문샷이 한국판 DARPA로 자리 잡으려면, 최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PM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
둘째, 실패를 보호하는 예산·평가·감사 체계를 명문화할 것.
셋째, 정권과 무관한 장기 미션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K-문샷은 야심찬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문샷은 돈으로만 발사되지 않는다. 실패를 감내할 구조, 빠른 의사결정, 정치로부터의 거리두기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성공 여부는 결국 정책 집행의 디테일, 그리고 실패를 제도화할 국가의 용기에 달려 있다.
[출처 : METAX, https://metax.kr/article/10655960576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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