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벽 넘어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전남의 대전환 5년
김재우 논설위원 (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 2025-11-24 16:16:01
AI·에너지·핵융합으로 재편되는 국가 산업지도, 전남이 중심에 섰다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사회 전반을 깊은 침체로 몰아넣었다. 산업 활동과 소비, 이동이 동시에 멈추면서 지방경제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전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관광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지역 기반산업은 흔들렸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지역 내 활력은 빠르게 사라졌다. 당시 전남의 현실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남은 위기만을 응시하지 않았다. 많은 지방정부가 단기 처방에 머무를 때, 전남은 오히려 미래로 시선을 옮겼다. 김영록 지사가 “대형 프로젝트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시기다. 위기 속에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었고, 전남도정은 중앙부처와의 소통, 전문가 협력, 지역 역량 결집을 본격화했다. 전남의 방향 전환은 단순한 의지 차원이 아니라 실제 전략의 시작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전남은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재정렬되기 시작했다. 오픈AI·SK그룹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유치, 삼성SDS 컨소시엄의 국가 AI컴퓨팅센터 선정, LS전선의 해상풍력 설치항만 조성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연이어 전남에 들어왔다. 지역 발전 사업을 넘어 한국의 산업 지도가 전남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최근 나주가 1조 2천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부지 평가에서 1순위로 선정된 것이다. 나주는 100만㎡ 이상의 평탄지, 안정된 지질, 에너지 기관이 집적된 빛가람 혁신도시 등 과학적·산업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의 설립 이후 전남·광주는 에너지·AI·소재 분야의 학·연 생태계까지 확보했다. 여기에 12만 시민이 서명하며 높은 주민 수용성을 보여준 점은 국가사업에서 흔히 찾기 어려운 전남만의 강점이었다. 발표평가에서 김영록 지사가 직접 나서 전남의 전략을 설명한 것 역시 지역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남의 변화는 단지 지역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팬데믹 시기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세대는 청년이었다. 취업난, 수도권 집중, 지역 소멸 위험은 청년에게 현실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금 전남에서 구축되고 있는 산업은 모두 장기적 확장성을 갖춘 미래산업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소프트웨어·전력·AI 엔지니어 수요를,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연구·슈퍼컴퓨팅 분야의 전문 인력을, 해상풍력·그린수소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자를, 인공태양은 초전도·진공·신소재 등 고난도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산업들은 2030년대 이후에도 지속될 분야다. 전남은 청년에게 “떠나야 했던 지역”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의 변화는 한국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기회의 지도를 넓히고 있다.
물론 산업 유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남의 다음 5년은 산업 구조를 실제 삶의 기반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청년이 전남에서 커리어를 쌓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교육·주거·문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기업–연구기관–정주 환경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남형 미래도시 모델”도 요구된다.
국가적 관점에서도 전남의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전력·그린에너지·핵융합으로 이어지는 4대 미래산업 축을 하나의 지역에서 확보한 사례는 드물다. 전남의 도약은 지방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국가 전략의 일부로 봐야 한다.
『손자병법』에는 “승자는 먼저 이기고 전장에 나서지만, 패자는 싸우고 나서 이기려 한다”는 말이 있다. 전남은 위기 속에서 먼저 준비한 지역이었다. 그 준비의 시간은 이제 한국의 미래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전남은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이며, 준비한 미래는 반드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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