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의 속도에 밀려나는 사회… 전남은 ‘누구를 위한 AI’를 선택할 것인가

김재우 논설위원 (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 2025-12-09 17:25:04

첨단 인프라 유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내부 ‘기술 접근권’이 전남의 미래를 가른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보다 사람… 지역 청년이 중심에 서는 전남형 기술전환 필요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전라남도가 요즘 유난히 분주하다. 해남은 국가 AI컴퓨팅센터 최우선 후보지로, 나주는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1순위 부지로 평가되며 전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AI와 에너지,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모습은 드물다. 전남이 대한민국 기술 전환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산업 유치의 박수 뒤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 기술은 누구의 삶을 바꾸는가?” 연구시설이 들어선다고 해서 지역 주민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기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그 기술로부터 멀어지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난다.

지금 세계는 AI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과 인도까지 초거대 모델 개발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 하나가 AI 모델 한 번을 학습시키는 데 수천억 원을 쓰는 시대다. 기술의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문제는 이 속도가 사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두 나라는 AI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술의 발전’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의 구조’가 보인다. 중국은 도시·농촌·소득 격차가 크고, 인도는 카스트 기반의 계층이 여전히 일상을 지배한다. 이런 나라에서 AI가 빠르게 확산되면 혜택은 일부 계층과 권력층에게 집중되고 대다수는 기술 발전의 뒤편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AI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술이 아니다.접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사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혜택을 가져간다.데이터·교육·장비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은 기술이 만든 새 시장과 새 기회에서 배제된다. 기술은 선물이 아니라,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벽이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경고했다. AI 자동화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불평등을 더 키운다.중국의 디지털 감시 강화, 인도의 디지털 소외 계층 확대는 그 현실적 증거다.

이 문제는 전남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교육·일자리 접근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전남이 거대한 기술 인프라를 유치했다고 해도, 그 혜택이 지역 청년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AI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망은 맞다. 그러나 생산성의 혜택이 모든 노동자에게 균등하게 돌아가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높은 임금과 기회를 잡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더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 기술이 만든 격차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메우기 어렵다.

그래서 전남이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산업 유치 자체가 아니다. “지역 내부의 기술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전남이 기술의 중심지가 되려면 기술의 혜택도 지역에 남아야 한다.

전남 청년 누구나 AI를 배울 수 있는 공공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학교뿐 아니라 직업훈련기관, 지역 대학,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교육망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AI 인프라가 들어와도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농업·해양·기후·산업 데이터가 외부 기업의 이익으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남이 제공한 인프라와 지역 사회의 활동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외부의 기술 개발에만 쓰이고, 정작 지역에는 아무 이익도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첨단산업 유치’가 아니라 단순한 ‘부지 임대’에 불과하다.
기술은 들어오고, 가치는 빠져나가는 구조를 막기 위해 전남도와 지자체가 데이터 관리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대규모 연구시설 유치가 지역 기업 성장과 청년 창업으로 이어지는 산업순환 구조도 필요하다. 기술이 전남에 들어왔다면 그 기술을 활용한 일자리와 산업도 전남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지역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

기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와 나누느냐, 그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전남이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AI를 더 빨리 가져오는 경쟁이 아니라,AI를 ‘누구와 함께’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지역의 결정을 기술이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전남이 기술의 중심에 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전남의 사람들 ‘특히 청년’이 함께 서는 일이다.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방향이 전남의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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