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남·광주 통합, 디테일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김재우 논설위원 (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 2026-01-11 17:36:53

통합을 전제로 미래를 설계할 시간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전남과 광주의 행정통합 논의가 마침내 실행의 문턱에 들어섰다. 청와대와 여당, 지방정부가 공식 간담회를 통해 통합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이 선택을 미래로 이어갈 준비가 돼 있는가. 

광주와 전남은 오랜 시간 같은 생활권 안에서 경쟁 아닌 경쟁을 반복해왔다. 공항 하나, 산업단지 하나, 국책사업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역량은 분산됐다. 이는 효율이 아니라 소모였고, 성장은커녕 정체를 낳았다. 행정통합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다. 더 이상 내부 경쟁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하나의 전략으로 수도권과 맞설 수 있는 틀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지역 사회에는 여전히 신중론이 존재한다. 통합의 조건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 절차와 숙의를 강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충분한 논의와 민주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문제의식 자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다만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조건 논의가 과도하게 앞서게 될 경우, 논의 자체가 장기화되며 통합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건을 이유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전제로 조건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입법이다. 곧 논의될 통합 특별법은 통합의 의지를 제도화하는 핵심 장치다. 이 법안이 지역 간 충분한 협의 없이 발의되거나, 특정 지역의 이해가 과도하게 반영된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통합은 추진력을 얻기보다 불필요한 갈등에 발목 잡힐 수 있다. 통합은 속도가 필요하지만, 입법 과정만큼은 공동 설계와 정치적 책임이 요구된다. 국회가 통합의 가속 페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간 신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도민 보고회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전라남도청)

지방정부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통합 선언 이후 필요한 것은 수사보다 준비다. 행정 조직 개편, 재정 구조, 교육과 산업 정책의 재배치에 대한 현실적인 로드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통합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통합 이후 특정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지방정부는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통합이 어느 한 도시의 확장이 아니라 광주·전남 전체의 업사이징이라는 점을 행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통합이 시급한 이유는 분명하다. 광주·전남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중앙정부로부터 파격적인 재정·제도적 특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이는 단기적 예산 확보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구조적 선택이다. 지금 이 흐름을 놓친다면, 다시 같은 조건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역사적 맥락 또한 무겁다. 1986년 11월,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전남과 분리된 이후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따로 성장하지도, 함께 도약하지도 못했다. 생활권과 산업권은 하나였지만 행정만 나뉘어 있었고, 그 비용은 지역이 고스란히 감당해왔다. 지금의 통합 논의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제안이 아니라, 분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구조로 나아가자는 선택이다.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교육과 산업이다. 지역 거점대학들이 각자 경쟁하는 구조로는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과감한 대학 통합과 집중 투자를 통해 연구와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붙잡을 수 있다. 이는 인구 유출을 완화하고, 철강·석유화학 중심의 산업 구조를 넘어 첨단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교통과 일자리, 돌봄 정책 역시 통합을 전제로 할 때 실효성을 갖는다. 광역 교통망이 하나의 계획 아래 정비되고, 산업과 주거가 함께 설계될 때 광주·전남은 ‘출퇴근 가능한 지역’을 넘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여성과 청년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어 분절된 행정보다 통합된 정책이 훨씬 유리하다. 

통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교육청 통합, 지역 간 균형, 주민 참여 방식은 통합 이후 더 치열하게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전제가 있다. 통합이 이뤄져야 그 이후의 논의도 의미를 갖는다. 통합을 전제로 디테일을 채워가는 것과, 디테일을 이유로 통합을 미루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라 분명한 방향과 결단이다. 전남과 광주는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디테일을 논하되, 디테일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이 미래를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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