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로 여는 체류형 관광… 영광의 가을이 달라진다

박시현 기자

press@focusnjn.com | 2026-09-10 19:10:11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9월 18일 개막… 자연·문화·체험 잇는 ‘머무는 관광’ 본격화 상사화축제[포커스N전남] 꽃은 피고 잎은 진다. 같은 땅에서 자라면서도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지 못하는 꽃이 있다. 바로 상사화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돋아난 뒤 사라지고, 잎이 자취를 감춘 뒤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예부터 ‘그리움’, ‘기다림’,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품어왔다.

매년 9월이면 영광 불갑산 일원은 붉은 상사화로 물든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상사화 군락과 천년고찰 불갑사가 어우러지며 영광을 대표하는 가을 풍경을 만든다. 영광군은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하고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이 같은 상사화 자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오는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 축제는 공연과 무대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상사화와 불갑산, 불갑사 등 지역 고유의 관광자원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영광군은 올해 축제의 방향을 ‘꽃에 집중하고 여유롭게 머무르는 축제’로 정하고,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빠르게 둘러보고 돌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꽃길을 걷고 체험하며 축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이는 군이 추진하고 있는 체류형 관광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축제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불갑산과 불갑사에 집중된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의 역사·문화·먹거리 등 다른 관광자원으로 확산해 체류시간과 관광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상사화 꽃길걷기’를 비롯해 사진 인증 이벤트, 상사화 우체통 편지쓰기, 공예 체험 등 상사화를 직접 보고, 걷고, 체험하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축제장 곳곳에도 꽃길과 휴식공간을 충분히 배치해 방문객들이 서두르지 않고 불갑산의 가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 축제는 꽃 관람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문화와 치유, 야간관광까지 아우르는 콘텐츠로 확장한다.

9월 20일 불갑사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사찰음식 체험이 열린다. 사찰음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고 전통음식을 직접 체험하면서 불갑사의 문화와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날 불갑사 금강문 앞에서는 ‘불갑사 동행웨딩’이 진행된다. 지역 내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소중한 인연을 기념하고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던 부부에게 불갑사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선물한다. 상사화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의 이미지를 ‘동행’이라는 이야기로 확장한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자연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상사화 홍보관에서는 ‘상사화, 꽃과 마음을 잇다’ 치유특강이 열린다. 상사화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소재로 일상을 돌아보고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낮에 집중됐던 축제의 즐길거리는 밤까지 이어진다.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상사호동산에서는 ‘사랑이 피는 밤, 상사화 시네마’가 진행된다. 상사화가 피어난 야외 공간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축제의 시간대를 저녁까지 넓히고 방문객들이 보다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상사화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 캐릭터 ‘상사호’도 방문객을 맞는다.
‘상사화를 사랑한 불갑산의 호랑이’라는 뜻의 상사호는 외로운 상사화 잎을 달래고 꽃을 품어주다 자신의 털과 줄무늬까지 붉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사화의 그리움을 서로를 기억하고 보듬는 사랑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다.
영광군은 상사호를 활용해 상사화와 불갑산의 이야기를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고, 자연자원에 스토리를 접목해 축제의 정체성과 관광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2001년 ‘영광불갑산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로 시작해 2005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된 이후 영광을 대표하는 가을축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지역 고유의 자연과 문화자원을 활용한 축제 경쟁력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제2기 로컬100’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026년 ‘제14회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에서 축제관광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불갑산의 상사화 군락과 불갑사를 비롯한 지역자원을 바탕으로 자연·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축제를 운영하고, 체험형·감성형 콘텐츠와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상사화축제를 지역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핵심 콘텐츠로 육성하고 있다. ‘영광 쉼표 여행’ 등 체험형 관광을 확대하고 불갑사 관광지와 종교순례 테마관광, 지역의 역사·문화·먹거리 자원을 연계해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축제 기간 불갑산과 불갑사에 집중되는 관광객의 발길을 영광 곳곳으로 확산하는 것이 과제다. 축제 방문이 지역 음식점과 숙박시설, 관광지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광 동선을 넓히고 지역 상권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교통과 주차, 편의시설 등 관광객 수용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상사화 군락지 보전과 친환경 축제 운영도 강화한다.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관광객의 만족도와 체류시간, 지역 내 소비를 함께 높이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군은 앞으로 상사화축제를 불갑산과 불갑사에 국한된 계절행사를 넘어 영광의 자연과 역사, 문화, 먹거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축제를 찾아온 관광객의 발길을 영광 전역으로 확산하고, 관광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올가을,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영광 관광에 불어넣을 새로운 변화와 활력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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