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대전환의 길을 묻다_1
CoSPA
press@focusnjn.com | 2026-07-22 12:22:31
이는 단순히 두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어떤 시선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이에 이번 기획칼럼에서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가 단순한 행정통합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전남·광주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지방 재정의 부족이 아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과거의 ‘생존의 시대’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전남과 광주는 오랫동안 국가 주도의 중화학 공업화와 주요 산업 배치, 국가 재정 투자에서 상대적인 소외를 경험했다. 그 뼈아픈 세월은 지역사회 저변에 ‘성장과 확장’보다는 ‘생존과 방어’를 우선시하는 정서를 고착시켰다. 새로운 파이를 키우기보다 이미 가진 파이를 잃지 않으려는 방어적 지역주의가 자리 잡은 배경이다.
그 결과 거대한 메가 프로젝트나 지자체 간 통합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동일한 소모적 질문에 매몰되곤 했다. “어느 지역이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가는가?”, “통합 본청사는 어디에 둘 것인가?”, “주요 공공기관과 공무원 조직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행정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 역시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그것이 변화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거대한 산업단지가 들어서기도 전에 청사 위치부터 다투고,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가시화되기도 전에 행정 조직의 배치에 역량을 허비한다면 우리는 출발선에서부터 경쟁력을 잃게 된다.
지금 세계와 글로벌 기업들이 던지는 질문의 차원은 전혀 다르다. “어디에 가장 풍부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가 존재하는가?”, “어디에서 고급 기술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가?”, “기업이 규제에 막히지 않고 가장 신속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는 어디인가?”
기업은 행정구역의 명칭이나 시청사의 건물 크기를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이 주시하는 것은 전력과 용수, 부지, 인재, R&D 역량, 그리고 신속한 행정 처리 속도다.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산업 생태계의 완성도'가 최우선 기준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도약은 언제나 ‘공간과 제도의 과감한 재편’에서 시작됐다.
1968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추진 당시, 자동차 수도 부족한 나라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뚫는다는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자본과 물류, 인적 자원을 하나로 묶으며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개편한 전환점이었다.
중국 선전의 부상도 마찬가지다. 1979년 시 승격에 이어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선전은 홍콩 접경의 낙후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제특구'라는 파격적인 프레임과 제도적 공간을 부여하자 오늘날 세계적인 첨단 혁신도시로 탈바꿈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글로벌 기술 패권을 쥔 이유 역시 시청이 커서가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기업과 투자가가 밀집된 거대한 생태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남과 광주 앞에도 동일한 역사의 갈림길이 열려 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RE100 대응 등 첨단산업 시대의 핵심 분수령은 ‘안정적인 전력과 미래 에너지’다. 전남의 전국 최고 수준 태양광·해상풍력 잠재력과 광주가 축적해 온 AI 연구개발 인프라가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는 순간, 전남·광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첨단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따라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의 지향점은 단순히 서울을 모방한 또 하나의 행정도시가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독자적인 ‘남부권 거점 경제도시’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이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본청사를 어디에 두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AI 기업이 왜 전남·광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를 물어야 한다. “국비를 얼마나 따올 것인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설계할 것인가”를 논해야 한다.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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