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대전환의 길을 묻다_2
CoSPA
press@focusnjn.com | 2026-07-23 12:32:42
산업이 지역을 살리는 시대가 왔다.
엄밀히 말해 '성장'했다기보다 국비라는 호흡기에 의지해 '버텨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수도권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사람과 소비, 세수를 불러오며 자생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했다. 반면 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지방은 도로를 깔고 학교와 병원을 세우기 위해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국비 확보액이 곧 지방정부와 정치인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절대적 척도였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균형발전 예산, 혁신도시 조성,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했음에도 왜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과 지방소멸 위기는 멈추지 않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국비는 인프라의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자발적 성장의 엔진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놓는다고 해서 기업과 일자리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청년을 지역에 안착시키는 힘은 일회성 예산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국비 중심의 사고'는 지역사회에 깊은 타성을 남겼다.
새로운 산업을 일구는 장기적 도전보다는 단기 예산과 치적용 시설을 지키는 일에 정치와 행정 역량이 집중되었다. 정치의 시간은 4년에 불과하지만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시간은 10년, 2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앙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대기업은 수도권으로 간다”는 패배주의가 지역사회 저변에 학습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역을 오랫동안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재정의 부족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의 부재다. 지금 전남·광주 앞에는 이 묵은 패배주의를 깨뜨릴 현실적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전략산업 메가 클러스터 구상 및 서남권 발전 비전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라인 및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서남권을 아우르는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비전(삼성, SK, 앰코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의 투자 구상을 포함한 총 800조~896조 원 규모의 직·간접 파급 효과)이 핵심 국정과제로 비상했다.
이는 과거의 시혜성 지역개발 사업과 궤를 달리한다.
단순히 건물을 세워주거나 예산을 일회성으로 나눠주는 사업이 아니라, 기업의 대규모 민간 투자, 생산 인프라, 대학의 인재 양성이 하나로 결합하는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다. 특히 광주와 전남이 '통합'이라는 결단을 통해 넓은 부지와 전력, 용수, 행정 지원을 하나의 단일 경제권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이러한 투자 비전의 핵심 배경이 되었다.
이제 전남·광주의 과제는 거대한 투자 수치에 환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작동하는 현장 산업'으로 완성해 내는 일이다.
➀ 인프라 적기 공급: 첨단 공장 유치에 필수적인 전력, 공업용수, 도로망을 지자체 주도로 선제 구축해야 한다.
➁ 밸류체인 완성: 앵커 기업 유치를 넘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팹리스, 패키징, R&D 기업이 촘촘히 들어서는 연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➂ 인재 양성 체계 가동: 전남대·GIST·순천대·목포대·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 등 지역 거점 대학들과 기업이 연계한 산학합동 교육과정을 조기에 가동해야 한다.
국비사업은 예산 소진과 함께 동력이 떨어지지만, 산업 프로젝트는 생산과 고용, 세수와 재투자의 끊임없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국비는 이제 목표가 아닌 수단이어야 한다. 예산을 따오는 정치가 전남·광주를 버티게 했다면, 산업을 일으키는 정치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성장시킬 것이다.
결국 전남·광주 통합의 진정한 완성은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비에 의존해 버티던 지역경제를 스스로 성장하는 산업경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
포커스N전남 / CoSPA press@focusn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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