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대전환의 길을 묻다_4
CoSPA
press@focusnjn.com | 2026-07-25 12:40:00
전남과 광주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곤 한다.
본청사의 위치, 공공기관의 배분, 지역 간 손익계산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첨단 산업의 생태계는 그런 행정적 배분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것은 오직 인재 공급 가능성, 에너지 및 용수 확보, 물류망, R&D 협력 체계다.
지역 내 지자체 간 소모적 경쟁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단일 의과대학 유치전이었다. 의대 유치라는 단일 이슈에 지역의 정치·행정 역량이 집중되는 동안, 정작 반도체·AI·에너지 시대를 이끌 대형 융합인재 양성 체계 구축은 우선순위 뒤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의대 유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특정 기관 하나에 목매는 방식으로는 지역 전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경쟁이 아닌 '지역 대학 간 공유대학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첨단 R&D 역량,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의 에너지 특화 기반, 전남대·순천대·목포대의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다. 이들 대학이 학과의 장벽을 허물고 공동 교육과정, 학점 교류, 마이크로디그리(소형 학위제)를 가동해 '전남·광주 통합 반도체·AI 대학'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여기에 삼성,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직접 교과과정과 연구에 참여한다면 지역 청년들이 타지로 떠나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지역 내 우수 기업에 취업하는 선순환이 완성된다.
해외 모범 사례들은 이러한 산학 연계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 구마모토는 TSMC 공장 유치에 맞춰 대학, 고등학교, 고등전문학교가 연합하여 반도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산·학·관 협력 체계를 일찌감치 구축했다. 미국 애리조나 역시 대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고교 졸업자와 전직 희망자를 위한 전문 도제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현장 기술자로 흡수하는 교육 혁신을 단행했다.
반도체·AI 앵커 기업의 유치는 공장 하나 들어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고, 지역 중소기업이 대기업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인증, 금융 지원이 입체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아가 근로자와 가족들이 정주할 수 있는 주거·교통·의료·교육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메가 프로젝트를 유치한다는 것은 땅을 내어주는 일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교육·고용·도시·행정 시스템을 첨단 산업의 표준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누가 무엇을 더 가져갈 것인가를 다투는 통합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뿐이다. 무엇을 함께 만들어 유능한 청년들에게 미래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통합만이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통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광주도, 전남도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의 낡은 관성과 배분 중심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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