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전남대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호남학과·호남학연구원 김경호 교수는 율곡 이이(1536~1584)의 사상을 감성유학(Emotive-Affective Confucianism)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이이: 도학의 쇄신과 안민의 길』을 창비에서 출간했다.
이번 저서는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 제7권으로, 『율곡전서(栗谷全書)』의 핵심 텍스트를 선별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연구 성과다. 김 교수는 기존의 교과서적·도식적 해석을 넘어, 현실과 공동체의 위기를 치열하게 고민한 사상가로서 율곡의 면모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율곡 이이는 조선 중기의 대표 성리학자이자 정치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십만양병설’ 등 일부 업적으로 단순화되며 현실과 유리된 사상가로 인식돼 온 측면이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통념을 비판하며, 율곡을 “활자로 박제된 인물”이 아닌 시대 문제를 직시한 실천적 지식인으로 재위치시킨다.
특히 이번 연구는 율곡 사상의 핵심을 ‘경장(更張)’과 ‘무실(務實)’이라는 개념으로 재정리한다. 낡은 제도를 개혁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경장’, 명분보다 실질적 변화를 중시하는 ‘무실’은 당시 국가 위기 속에서 민생 안정을 위한 실천 철학으로 작동했다.
율곡은 조선이 중쇠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국가 체제 개혁을 주장하는 한편, 가족과 이웃 등 공동체의 기본 단위에서 사회 재건의 해법을 찾았다. 효와 형제애, 이웃을 돌보는 실천이 곧 사회 질서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또한 율곡의 사상은 세제·행정·군제 개혁 등 구체적 정책 구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안민(安民)’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경세론적 실천 사상이었음을 보여주며, 율곡을 시대 문제 해결에 나선 ‘현장형 지식인’으로 재평가하게 한다.
저서는 아울러 율곡 이기론의 현대적 의미도 함께 조명한다. 율곡은 “원칙(理)은 보편적이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현실(氣)은 제약을 갖는다”는 ‘이통기국(理通氣局)’을 통해 보편과 현실의 긴장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오늘날 철학과 제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실천적 지혜로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감성유학의 관점과도 연결된다. 김 교수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규범이나 제도뿐 아니라 공감과 관계의 감성적 기반에 있다고 보고, 율곡 사상이 현대 사회의 공동체 회복과 인간적 연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 가능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편 창비 '한국사상선'은 기후위기와 사회적 갈등 등 문명 전환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삶의 전망과 실천적 사상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총서다.
김 교수의 이번 저서는 율곡 사상의 실천성과 공동체적 가치, 그리고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재조명함으로써 한국사상이 오늘날 전지구적 과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남대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한국철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지역 대학의 학문적 성과를 국내외에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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