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은 희경루 누각에서 진행 중인 Kalaallit Illuutaat Pavilion(칼라일릿 일루우타트)의 전시'Kamiit Walking(카미트 워킹)' 공간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현대미술과 거문고 음악이 ‘전통은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하는가’라는 공통의 질문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다.
'Kamiit Walking' 전시는 그린란드계 덴마크 예술가 예시 클레이만(Jessie Kleemann)이 이누이트 전통 신발인 ‘카미트(kamiit)’를 현대적 재료와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가족에게 전해진 전통 신발을 3D 스캔하고 새로운 색채와 재료로 다시 구현함으로써, 전통과 문화적 기억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지속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거문고 연주자 성유미가 신쾌동류 거문고 긴산조를 연주한다.
신쾌동류 긴산조는 다스름에서 출발해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로 이어지며 장단과 정서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긴 흐름을 갖는다.
연주자는 이를 ‘변화의 여정’으로 해석하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수련과 연주 행위가 축적되어 하나의 음악적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한다.
성유미는 국가무형유산 거문고산조 전수자로, 연주와 문화예술교육·기획을 넘나들며 전통음악과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전시장에 놓인 ‘카미트’가 걷는 몸과 이동의 흔적을 상상하게 하는 것처럼, 거문고 연주자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전통이 현재의 몸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관객이 단순히 음악을 듣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객에게는 ‘내가 매일 반복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삶에서 바꾸고 싶은 반복은 무엇인가’, ‘바라는 나에 가까워지기 위해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주어지며, 거문고 선율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기록하게 된다.
이는 연주자의 반복적인 연주 행위와 관객의 글쓰기 행위를 하나의 예술적 실천으로 연결한 것으로, 관람객을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참여자로 확장한다.
광주문화재단 배동환 사무처장은 “이번 공연은 희경루라는 전통문화공간에서 현대미술 전시와 전통음악이 서로의 의미를 확장하는 시도”라며, “전통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예술가와 시민의 몸과 감각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가 열리고 있는 희경루에 거문고 산조가 더해지면서 희경루가 전통문화의 보존 공간을 넘어 전통과 현대,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이 만나는 동시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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