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오체투지까지…김문수가 건 ‘순천대 의대’, 1.3점 차로 첫 관문

이상혁 기자

press@focusnjn.com | 2026-09-08 14:34:24

순천대 89.15점·목포대 87.85점…교원 확보계획에서 승부 갈려
총선 1호 공약에서 전략 수정과 공개 사과까지…“아직 5부 능선”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8일 빗속에서 순천대 의대 유치를 촉구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 : 김문수의원실 제공>

국립순천대학교가 전남광주 국립의과대학 신설 후보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36년간 이어진 순천과 전남 동부권의 숙원이 첫 관문을 넘어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연구원 심사위원회의 평가 결과 순천대가 89.15점을 받아 87.85점을 기록한 목포대를 1.30점 차로 앞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순천대는 전남광주를 대표해 정부의 최종 심사를 받게 됐다.

불과 1.3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박빙의 결과였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김문수 의원실 제공>

이번 후보 선정 과정에서 눈에 띈 인물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순천대 의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 의원은 국회 질의부터 전략 수정, 공개 사과, 청와대 앞 삭발과 빗속 오체투지까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했다.

다만 순천대가 전남광주 후보로 선정됐을 뿐, 정부의 최종 승인과 의대 정원 배정은 아직 남아 있다.

◇ 총선 1호 공약…국회 의제로 가져간 ‘순천대 의대’

김문수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순천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교육위원회 활동을 통해 옛 전남 지역의 의료 취약성과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의대가 있는 광주와 달리 전남 동부권에는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응급환자 상당수가 광주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회 질의를 통해 교육부 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순천대 의대 신설 문제를 공식적으로 물었다. 지역사회의 오랜 요구를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할 정책 의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의대 유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 공모 반대에서 참여 독려로…전략 수정과 공개 사과

김 의원은 당초 전남도의 단일 대학 공모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순천대가 후보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입장을 바꿨다. 그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 순천대 의대 유치 가능성이 0%가 될 수 있다”며 순천대의 참여를 촉구했다.

순천대와 목포대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의대와 대학병원을 동·서부권에 나누는 중재안 수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의대 신설 기회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순천시민과 순천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의대와 대학병원이 분리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김 의원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중재안 수용을 주장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후 두 대학의 통합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순천대가 독자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순천대 의대와 대학병원을 함께 유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행보는 일관된 직선이라기보다, 의대 신설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여러 차례 전략을 수정해온 과정에 가까웠다.

◇ 청와대 앞 삭발…폭우 속 오체투지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 제출 기한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18일, 김 의원은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직접 삭발하며 순천대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는 전남 동부권 주민들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의원이 지난 8월 18일 청와대 앞에서 순천대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사진 : 김문수의원실 제공>

후보 대학 심사를 앞둔 8월 28일에는 굵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에 나섰다.

김 의원과 손훈모 순천시장,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은 순천대 의대 유치와 공정한 심사를 요구하며 빗속 행진을 이어갔다.

정치인의 삭발과 오체투지를 두고 상징적 행동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대 후보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 순천과 동부권의 요구를 전국적인 관심사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문수 의원이 폭우 속에서 순천대 국립의대 유치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사진 : 김문수의원실 제공>

◇ 1.3점 차이…승부 가른 ‘교원 확보계획’

최종 심사에는 의료와 재정 분야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평가 항목은 의대 신설 추진체계와 교육시설 확보계획, 교육병원 확보계획, 의대 교원 확보계획, 의대와 교육병원의 역할 및 책임 등 모두 5개 분야였다.

최종 점수는 순천대 89.15점, 목포대 87.85점이었다.

전체 점수 차이는 1.30점에 불과했지만 의대 교원 확보계획에서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순천대는 이 항목에서 21.72점을 받아 20.55점을 받은 목포대보다 1.17점 앞섰다.

전체 점수 차이의 대부분이 교원 확보계획에서 발생한 셈이다.

교육시설 확보계획에서는 목포대가 순천대보다 0.35점 높았다. 반면 순천대는 교육병원 확보계획에서 0.17점, 의대와 교육병원의 역할 및 책임 항목에서 0.31점 앞섰다.

결국 의대 설립 이후 교수진과 교육 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후보 선정의 주요 변수가 됐다.

◇ 선정 이후 더 중요한 ‘동·서부 의료대책’

순천대 선정 이후 목포대와 서부권에서는 심사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대학의 점수 차이가 1.3점에 불과한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다. 후보 선정 결과가 또 다른 동·서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김 의원 역시 순천대 선정 이후 목포와 서부권의 의료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천대 의대 설립은 전남 동부권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지, 동부권과 서부권의 승패를 가르는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순천대 의대 설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목포와 서부권에도 대학병원급 의료서비스와 필수·응급의료 기반을 확충할 대책이 필요하다.

◇ 후보 선정은 ‘5부 능선’…최종 결정은 정부 몫

순천대가 전남광주 추천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국립의대 설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의대설립추진기획단의 심사와 정부의 최종 승인, 의대 정원 배정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는 순천대와 경북 경국대의 추진계획을 토대로 의대 신설 필요성과 교육시설, 교육병원, 교원 확보 가능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순천대는 정원 100명 규모의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신설 정원을 한 대학에 모두 배정할지 두 지역에 나눠 배정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이 현재 상황을 ‘5부 능선’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순천대 의대 유치의 최종 목표는 의대 간판 하나를 다는 데 있지 않다. 순천·여수·광양을 비롯한 전남 동부권 주민들이 중증·응급 상황에서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려면 의대 신설을 넘어 교육병원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설립까지 이어져야 한다.

36년 동안 기다려온 순천대 의대가 첫 관문을 넘었다.

그러나 1.3점 차이의 후보 선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정부의 최종 승인과 정원 확보, 대학병원 건립, 서부권 의료대책이라는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삭발과 오체투지로 드러낸 절박함이 실제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최종 판단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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