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 ① 당신의 시간은 어디입니까?
CoSPA
press@focusnjn.com | 2026-09-14 16:15:19
청소년의 책임은 빨라지고, 중장년의 퇴장은 늦어지는데 청년의 시작은 밀리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정책을 한 사람의 생애라는 하나의 시간표 위에 올려볼 때다
대한민국은 요즘 나이를 고치는 중이다. 소년범죄가 문제가 되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초고령사회에 들어서자 정년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청년이 줄어들자 청년으로 인정하는 나이를 40대까지 넓힌 곳도 생겼다.
각각 이유는 있다. 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어린 나이가 피해를 덜어주는 것은 아니기에 반복되는 중대범죄에 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예순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떠나라고 하는 것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책들을 한꺼번에 펼쳐놓으면 묘한 시간표가 보인다.
국가는 책임져야 할 나이와 물러날 나이는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정작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나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청년의 시작은 늦어졌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곧바로 직장인이 되는 시대는 지났고, 취업 준비기간은 길어지는 반면 기업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한다. 첫 직장이 늦어지면 첫 소득도 늦어지고, 독립과 주거 마련은 물론 결혼과 출산, 자산 형성의 출발도 함께 뒤로 밀린다. 청년에게 1년은 단순히 나이 한 살이 늘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순서가 밀리는 시간이다.
최근 통계에서도 이 지연은 확인된다.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을 넘어섰다. 평균이라는 숫자 뒤에는 몇 달 만에 취업한 청년도 있고 1년, 2년을 준비하는 청년도 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취업 준비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소득과 경력, 독립의 출발점도 함께 움직인다.
촉법소년과 정년연장, 청년취업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촉법연령을 낮춘다고 청년취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고, 정년을 늘린다고 곧바로 청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 정책에는 같은 질문이 숨어 있다.
우리 사회는 한 사람에게 언제부터 책임을 요구하고, 언제 사회에 들어갈 기회를 주며, 언제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청소년에게 형사책임을 더 일찍 묻겠다면 사회의 보호도 그만큼 일찍 시작돼야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위험 신호를 발견했는지, 상담과 복지, 보호와 교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처벌받는 나이만 낮춘다면 사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일부를 어린 개인에게 넘기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정년 문제도 같은 시간표 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60세를 넘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오래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고, 연금을 받기 전 발생하는 소득 공백도 현실이다. 오랜 시간 숙련을 쌓은 근로자가 계속 일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 전승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기존 근로자가 이전보다 몇 년 더 일하게 된다면 그 기간 새로 노동시장에 들어와야 할 사람의 문은 어떻게 열어둘 것인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청년의 경쟁자가 60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기간이 늘어날 때 기업의 임금과 인력구조, 신규채용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까지 살펴야 정년연장이 한 세대만을 위한 정책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세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차례로 찾아오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의 촉법소년도 몇 년 뒤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이 되고, 취업문 앞에서 기다리는 청년도 언젠가는 정년을 앞둔 근로자가 된다.
그래서 세대정책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정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한다.
한 세대에게 시간을 더 주면서 다른 세대의 시작을 뒤로 밀고 있지는 않은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책임도 가르쳐야 한다. 일할 능력이 있는 중장년에게 더 오래 일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다만 그 모든 논의를 하면서 청년에게만 기다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책임지는 시간도 국가가 정하고 퇴장하는 시간도 국가가 정한다면, 이제 시작하는 시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촉법은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년은 늘리자는 논의가 이어지는 지금, 청년에게도 답할 차례다.
당신들의 시작까지 늦추지는 않겠다고.
[ⓒ 포커스N전남.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