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대, 누구를 위한 절충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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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focusnjn.com | 2026-08-19 23:17:49

누가 가져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그리고 빨리 만드는 일이다

전남 국립의대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갈등은 풀리지 않았고, 정부가 요구한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 제출 시한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어렵게 찾아온 전남 국립의대의 기회가 또다시 지역 간 갈등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대학이 의대를 가져갈 것인가만을 놓고 다툴 때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논의해 온 방안이 실제 가능한 것이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전남도와 목포대, 순천대가 합의했던 방향은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목포와 순천에 나눠 배치하고, 동·서부권에 각각 대학병원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두 지역의 균형을 고려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통합시 인수위가 제시한 중재안은 달라졌다.

목포에는 통합대학 본부와 의대를 두고, 순천에는 5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을 먼저 설립하는 방식이었다.
목포는 의대를 갖고 순천은 대학병원을 갖는 것이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절충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눠 갖는 모양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구조였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의대 신설 과정에서 제시한 원칙은 ‘1대학·1병원’과 의대와 교육병원의 지리적 근접성이다.
의대 교육과 수련, 진료를 위해서는 의대와 핵심 대학병원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목포에 의대를 두고 순천에 핵심 대학병원을 두겠다는 중재안이 정부의 기준 안에서도 지속 가능한 방안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가 이러한 원칙을 언제부터 명확하게 전달했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인수위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방안을 알고도 제시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명이 필요하다.
인수위는 중재안을 만들기 전에 정부와 충분히 협의했는가.
그리고 기존의 ‘대학본부와 의대 분리 배치’라는 합의를 바꾸면서 어떤 정책적 판단을 했는가.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먼저 ‘의대는 목포’라는 위치를 정해놓고 이후 정부가 의대와 병원의 근접성을 요구하게 되면, 대학병원 역시 의대가 있는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순천에 약속했던 대학병원은 두 번째 병원이나 분원, 또는 장기적인 과제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처음에는 목포와 순천이 하나씩 나누는 절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쪽에 의대와 핵심 의료기능이 집중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난 중재안이 정말 실행 가능한 절충이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대학과 정치권에는 다시 협상할 시간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2024년 전남의 치료가능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7.9명이다.
전국 평균 43.4명보다 높고, 서울의 39.7명과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이를 전남 인구 규모로 단순 환산하면 전국 평균과의 격차만 해도 연간 약 80명 규모다.
물론, 의료인력 부족, 응급의료체계, 병원 접근성, 교통 여건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이 숫자를 ‘전남에 의대가 없어서 매년 80명이 사망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되겠지만,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전남에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의 지역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전남 의대 문제에서 1년은 단순한 1년이 아니다.
의대 설립이 늦어지고 대학병원 건립이 늦어지면 지역 의료체계가 달라지는 시간도 그만큼 늦어진다.

누군가는 광주로 간다.
누군가는 서울로 간다.

그리고 응급환자에게 그 이동시간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다.
골든타임이다.

그동안 전남 의대 논의는 너무 오랫동안 ‘목포냐 순천이냐’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지역의 입장도 중요하고 대학의 미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국립의대를 만들려는 이유는 대학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고, 지역에서 의사를 키우고, 지역의 환자를 지역에서 살리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제는 논의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어느 지역이 하나를 더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어느 방식이 가장 빨리, 가장 제대로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절충안이었다면 실행 가능했어야 한다.

중재안이었다면 양 지역 모두에게 현실적인 방안이어야 했다.
그리고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결국 전남 국립의대의 목적은 목포도, 순천도 아니다.
전남에서 사는 사람이 전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국립의대를 요구해 온 가장 중요한 이유다.

행정에는 몇 달의 지연이고 몇 년의 계획 변경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그 시간은 골든타임이고, 때로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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