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인재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묻다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전남 신안 장산면 인근 해상에서 승객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항로를 이탈해 무인도 인근에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됐지만, 해경과 구조 인력의 신속한 대응으로 모든 승객이 구조되었고, 사고는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사고 직후부터 구조 완료까지의 대응 과정이 일정한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은 경비함정 6척을 비롯한 구조인력을 신속히 투입했고, 구조작업은 총 6차례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노약자부터 우선 이송하고, 응급환자는 신속히 분류해 이송하는 절차 또한 현장에서 큰 혼선 없이 이루어졌다.
지방정부의 초기 대응도 신속했다. 전라남도 김영록 지사는 사고 직후 상황을 보고받고 구조현장과 목포 도착지 대응을 직접 챙겼다. 도는 환자 수용을 위한 숙소와 응급의료 대응을 빠르게 마련했고,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대응을 총괄했다. 김 지사는 “섬에 앞부분이 먼저 부딪히며 충격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파공과 누수 가능성에 대비해 신속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수장의 현장 중심 대응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역할을 했다.
대통령이 순방 중에도 실시간 보고를 받고 구조 상황 공개를 지시한 점, 보건복지부가 광역 재난의료 체계를 즉각 가동한 점 등 중앙정부의 대응 역시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 “전원 구조”라는 결과는 세월호 이후 강화된 해양 사고 대응체계가 현장에서 일정 부분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고의 본질은 여전히 항로 이탈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 무리한 운항 판단 등 복합적인 실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체가 암초에 부딪치기 직전 섬에 먼저 닿아 충격이 완화되었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불행 중 다행이었을 뿐이다. 사고는 발생했고, 구조는 잘 되었으나, 그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많은 제도와 법, 기구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로 대응체계는 과거에 비해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반복된 안전사고가 여전히 사람의 실수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픈 대목이다. 사고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시스템 차원에서 위험 요소를 줄이는 일이다.
청년층과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사고는 단지 ‘잘 대처한 사례’로만 남겨두기 어렵다. 해상교통 인프라와 안전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서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의 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의 변화다. 항로 안전 확보, 선박 운항 통제, 인력 교육 강화, 사고 보고와 감시 체계 개선 등 구체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신안 사고는 세월호 이후 변화된 한국 재난 대응의 하나의 ‘현장 시험’이었다. 대응은 분명 달라졌고, 체계는 작동했다. 그러나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해명 없이는, 그리고 원인 제거와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 시험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안전은 ‘훈련된 시스템’ 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이다. 현장 대응에 성공했더라도, 진짜 변화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 전남청년신문과 같은 지역 청년미디어가 해야 할 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지 ‘사고 현장’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의 제도 개선, 책임 규명, 지역사회 안전망 강화를 끈질기게 추적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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