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고흥에서 하늘을 가른 누리호의 불꽃은 이 나라 우주산업의 미래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동안, 대한민국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우주강국의 야심은 수도권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흥에서 시작된 불꽃은 지역이 우주를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화점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시작일 뿐이다. 발사체가 오르는 속도보다 산업 생태계가 다져지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로켓 하나 쏘아올렸다고 우주경제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토대로 산업을 세우고, 산업을 바탕으로 사람이 모여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 땅에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고흥은 불을 지폈고, 전남 동부권이 그 불을 키워낼 차례다.
세계의 우주산업 전진기지는 단순한 발사장이 아니다. 기업이 옆에서 연구하고, 대학이 인재를 길러내며, 지역사회가 그 인재가 살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한다. 우주산업은 기술 경쟁이지만,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싸움이다. 우주는 명백히 기술의 전쟁이며, 인재의 전쟁이다.
지금 고흥은 발사체 특화 우주산업 클러스터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미래를 담을 수 없다. 기업 집적과 연구 개발, 인재 정주 환경이 따라붙지 않으면 ‘특화지구’는 종이 위의 구획에 불과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남 동부권 우주·방산 통합 클러스터 2.0이다. 우주와 방산, 첨단 제조가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할 때, 비로소 실체가 완성된다.
전남 동부권은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고흥의 발사체, 광양의 철강·소재, 여수의 화학·에너지, 순천의 교육 인프라가 서로 연결되면, 단일 도시 이상의 잠재력이 열린다. 지역을 하나의 산업벨트로 묶을 때만 클러스터는 ‘한 장소’가 아닌 ‘하나의 체계’로 진화한다.
인재 전략은 이 체계의 가장 깊은 뿌리다. 나로우주센터 인근 대학들은 우주공학, 항공·소재, 데이터·AI 기반의 교육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교실과 연구실을 발사장과 연결해 청년이 이곳에서 배우고 일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재가 떠나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역이 할 전략이고, 국가가 밀어야 할 투자의 방향이다.
전남은 적극행정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우주·방산 기업 유치, 규제 혁신, 정주 환경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업은 먼저 자리를 만들어놓아야 움직인다. 전남이 깃발을 들면 기업과 인재는 따라온다.
중앙정부 역시 답해야 한다. ‘우주강국’이라는 말이 구호로 끝날지, 정책으로 실현될지 선택할 시기다. 국가 전략은 지도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된다. 그 현장은 지금 고흥이며, 전남 동부권이다.
누리호의 발사는 분명한 숙제를 남겼다. 이 성공을 기술 이벤트로 소비할지, 국가 미래산업의 초석으로 삼을지 선택하라는 숙제다. 기회는 정지하지 않는다. 누군가 잡지 않으면 지나간다.
우리는 지금 선언해야 한다.
전남 동부권 우주·방산 통합 클러스터 2.0.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표어가 아니라 산업으로,
상징이 아니라 일자리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우주는 기술의 전쟁이며, 인재의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고흥의 하늘 아래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심장을 놓아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실행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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