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입 방식도 ‘전면 확산’에서 ‘분산 투자·선도학교 검증’으로 선회
교육전문 미디어 에듀모닝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AIDT)는 한때 한국 교육의 미래를 상징하던 핵심 정책이었다. ‘AI 교육 선도국’이라는 구호 아래 정부는 교실을 빠르게 디지털 전환의 실험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2026년도 교육부 업무보고와 예산 확정 자료를 종합해보면, 교육부가 잡은 정책의 무게중심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는 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준의 ‘고도화’라기보다, 정권 초반 성과를 앞세워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던 AI 교육정책을 뒤늦게 조정하고 수습하는 흐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무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디지털교과서’라는 표현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대신 전면에 등장한 용어는 ‘AI 교육자료’다. 이는 AIDT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코스웨어와 에듀테크, 수업에 쓰이는 AI 도구 등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학습 자원을 포괄하는 넓은 범주로 제시됐다.
겉으로는 학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넓힌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단일 교재 중심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사의 수업 설계 과정에서의 역할, 학생 데이터 보호,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누가 지는지 같은 핵심 쟁점들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AIDT가 상징성과 속도에 기대 추진되면서 혼선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가 AIDT라는 명칭과 정책 중심을 뒤로 미룬 것은 ‘전략적 진화’라기보다, 더 이상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졌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예산 구조는 이런 변화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2026년 교육부 예산은 총 106조 3,6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 7천억 원 증가했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전국에 전면 확산하기 위한 대규모 단일 예산 항목은 찾기 어렵다. 대신 AI 관련 재원은 인재양성, 인프라 구축, 역량 강화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편성됐다.
세부적으로는 국가책임 AI 인재양성과 이공계 교육 지원에 3,348억 원이 책정됐고, AI 인재양성 부트캠프는 23억 원에서 570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AI 거점대학(신규 300억 원), AI+X 융합 부트캠프(신규 50억 원), 대학생 AI 기본교육(신규 88억 원) 등 신규 사업도 포함됐다. 이는 교육부가 AI를 더 이상 ‘교과서 정책’ 하나로 밀어붙이기보다, 분야별로 분산해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겉으로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예산 배분 자체가 중심축 이동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도입 방식에서도 속도 조절이 확인된다. 교육부는 AI 교육자료를 전국에 일괄 도입하기보다, 선도학교 1,900교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동시에 안전성·효과성 기준을 마련해 검증된 도구만 현장에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처음부터 신중하게 설계된 단계론’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초기에 빠른 확산을 강조했던 정책이 교사 업무 가중과 책임 논란에 부딪히자, 속도는 늦춰지고 방식은 수정되는 ‘사후 조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업무보고에서 AI가 “보조적 활용”이라는 표현과 함께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AI는 수업을 대체하는 주체가 아니라, 학습 성취 분석, 행정업무 자동화, 진로·진학 상담 등을 지원하는 도구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 전제는 정책의 출발점에서 먼저 확립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에는 교과서를 AI화하면 교육 혁신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앞섰고, 그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과 책임 구조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뒤늦게 ‘보조 도구’로 재정의한 것은 현장의 반발과 정책 피로를 의식한 조정으로 읽힌다.
또한 AI 정책이 기초학력 강화와 결합되는 점도 주목된다. 교육부는 AI를 활용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보정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기초학력 자체가 기술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AI가 학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초기 담론에서 한 발 물러서, AI를 교육의 해법이 아닌 보조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데이터 활용 확대 방침도 함께 제시됐다. AI 기반 학습 데이터 수집·분석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윤리 콘텐츠 개발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학생 데이터 보호 문제가 뒤늦게 정책 전면에 올라온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핵심 질문은 남는다. 데이터의 소유권과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책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대한 구체적 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종합하면 교육부는 “AI 정책에서 물러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언어가 바뀌고, 예산이 분산되고, 실행 구조가 선도학교 검증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함께 보면, 정권 초반 상징성과 속도에 기대 추진됐던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며 사실상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문제는 이 조정이 정책의 성숙이라기보다 무리한 추진 이후 불가피하게 찾아온 되돌림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국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 때마다 방향이 급격히 흔들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변화 역시 낯설지 않다. ‘국가 미래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성과 중심 정책의 성격이 강했고, 그 부담을 현장이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AI 교육정책의 성패는 기술이나 예산의 규모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 일관성과 현장 존중의 원칙을 세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의 조정은 출발점일 뿐, 그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출처: 저작권자 © 올에듀링크 (에듀모닝), https://edumorning.com/articles/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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