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시민이 함께 결정하는 여수 중심의 산업 거버넌스 구축해야
김재우 논설위원(前 여수광양항만관리 대표)
여수국가산단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7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협력업체 발주액은 40% 이상 감소했으며, 주요 공정 가동률은 70% 아래로 내려앉았다. 산업의 문제를 넘어, 도시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이 위기는 돌발적 사건이 아니다. 중국은 더 이상 석유화학 수요국이 아니며, 과잉 생산된 범용제품을 세계 시장에 저가로 풀어 공급 질서를 흔들고 있다. 한국은 이미 구조적으로 불리한 전기료·환경비용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의 전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 현실을 알았음에도, 미래 준비보다 과거 수익성에 기대 온 측면이 있다. 범용 중심의 공정에 머무르며 전환을 늦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잘될 때는 기업의 성과였고, 어려워지자 국가와 지역의 부담이 되었다. 지역경제는 그 구조적 불균형의 고스란한 피해자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산업 하나에 도시의 운명을 의존하게 만든 정책적 안일함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가동을 줄이고 사람을 내보내며 버틴다면, 여수의 미래는 스웨덴 말뫼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말뫼의 눈물은 한 산업의 쇠퇴가 곧 한 도시를 무너뜨린다는 냉혹한 교훈이다. 여수는 그 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산업 전환의 성공 사례로 남을 것인가.
해법은 명확하다. 여수산단의 전환은 단순한 산업 축소가 아니라 청정화학 중심의 재편이어야 한다. 석유화학 산업이 축적해 온 설비와 기술, 숙련된 인력을 바탕으로 수소·암모니아 에너지, 탄소포집·저장(CCUS), 폐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분명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전환 로드맵과 책임 있는 실행이 없는 공적 지원은 또 한 번의 모럴 해저드일 뿐이다.
전환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숙련 기술자가 떠나는 순간, 산업은 껍데기만 남는다. 재교육과 전직, 산단 내 일자리 이동을 연결하는 일자리 연속성 정책이 작동해야만 한다. 인력 이탈을 방치하면 도시 공동화는 피할 수 없다.
산단 재편은 여수라는 도시의 재편과 함께 가야 한다. 산업과 관광이 단절된 도시가 아니라, 산업을 품은 관광과 문화가 공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장이 주춤할수록 도시는 더 넓고 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중심이 여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본사회의와 중앙정부 관료의 결정을 따라가기만 했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전환이 불가능하다. 노·사·정·시민이 한 테이블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방향을 합의하는 상설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여수의 위기는 한국 산업정책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흔들리는 여수산단은 과거 산업의 실패가 아니라, 미래 산업정책의 시험장이다. 우리는 지금 결단해야 한다. 전환을 선택하느냐, 쇠퇴를 방치하느냐. 말뫼의 눈물이 역사가 되었다면, 여수의 눈물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미래다.
지금, 여수를 지키는 일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내일을 지키는 일이다.
[저작권자ⓒ 포커스N전남.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