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공개를 내걸었지만, 데이터·인프라·운영권은 누구 손에 남나
글로벌 IT미디어 '메타X'에 따르면,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클라우드·SK텔레콤·LG AI연구원·업스테이지·NC AI 등 5개 팀을 선정해 한국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세계 Top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오픈소스 공개도 공식 목표로 제시됐다.
표면적으로는 AI 기술주권을 향한 과감한 선언이다. 다만 정책을 한 겹만 더 들여다보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 모델은 정말 ‘독자’적인가, 아니면 국가가 설계한 또 하나의 ‘공공 AI’로 작동하게 되는가.
‘독자’의 기준은 국산 여부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 문서가 말하는 ‘독자 AI’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뜻한다. 하지만 AI의 독립성을 국적 하나로 판정하긴 어렵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확보 방식, GPU·반도체 인프라, 클라우드 스택과 운영체계, 글로벌 생태계 의존성까지 함께 봐야 ‘주권’이라는 말이 성립한다.
이번 사업은 국가가 예산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이 개발을 수행하는 구조다. 완전 민간도, 순수 국가도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중간지대에서 책임과 권한이 얼마나 명확히 설계돼 있느냐에 있다. 개발 성과의 소유, 업데이트·배포 결정권, 안전장치와 사고 책임까지 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면 ‘독자’라는 이름은 곧바로 혼란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오픈소스는 ‘개방’이지 ‘권한 이양’이 아니다
오픈소스 공개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공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더 중요하다. 모델 가중치가 공개되더라도 학습 데이터, 파인튜닝 파이프라인, 대규모 추론 인프라가 특정 주체에 집중되면 생태계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허용된 방식으로만 쓸 수 있는 기반시설”로 굳어진다.
결국 핵심은 ‘오픈소스냐 아니냐’가 아니라 ‘통제 구조가 어디에 놓이느냐’다. 공개를 내세우면서 운영권이 중앙으로 몰리면, 이는 기술주권이라기보다 플랫폼 주권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기술주권의 명분, 산업정책의 현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 전략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정부는 국방·제조·공공행정·문화산업 등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공공부문 적용 확대는 효율성과 표준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일부 기업을 ‘국가 AI 챔피언’으로 세우는 구조로 읽힐 여지도 크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는 생태계의 ‘사용자’로 편입될 가능성은 높아도, 설계자나 핵심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생태계가 커질수록 진입장벽도 함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AI’가 되면 안정성은 얻지만 속도는 잃는다
공공 AI로 기능할 때의 장점도 분명하다. 신뢰성·안전성·보안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고, 공공서비스 혁신에도 활용 폭이 넓다. 다만 공공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규제와 책임을 동반한다. 고영향 AI 분류, 영향평가, 인증 체계가 결합되면 실험과 실패의 속도는 느려지기 마련이다. 기술주권을 지키려다 혁신 주권을 잃는 역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성패는 성능이 아니라 ‘운영 방식’에서 갈린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패는 벤치마크 점수보다 운영 구조에 달렸다. 국가는 방향과 최소 기준만 제시하고, 생태계가 자율적으로 경쟁·파생·재사용할 수 있게 열어둘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와 인프라까지 쥔 중앙집중형 공공 AI로 굳힐 것인가. 선택에 따라 같은 모델도 ‘주권의 토대’가 될 수도, ‘관리형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기술주권은 폐쇄로 확보되지 않는다. 진짜 독자 AI는 “국가가 만든 AI”라기보다,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자생하는 생태계에서 나온다. 이번 정책이 그 출발점이 될지, 또 하나의 공공 AI 실험으로 남을지는 이제 집행과 설계의 문제다.
[출처 : METAX https://metax.kr/article/106559474129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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