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때는 임금과 청년채용을 함께 고민했다
더 오래 일할 권리를 말한다면 새로 들어올 자리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2015년 정부가 60세 정년 시행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신규채용이었다.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면 퇴직자가 줄고, 퇴직자가 줄면 그만큼 빈자리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정년만 늘리지 않았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는 정년연장으로 줄어드는 퇴직자 수를 고려해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하고, 신규채용 인원을 별도정원으로 인정하며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채용 여력을 만들겠다는 장치가 들어갔다. 정부는 이를 통해 2년 동안 약 6,700명의 청년고용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금피크제가 좋은 제도였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같은 일을 하면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깎는 것이 정당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실제 적용방식과 효과도 기관과 기업마다 달랐다. 그래도 당시 정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분명하다.
정년을 늘리는 순간 누군가 새로 들어올 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 설계자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년과 임금, 신규채용을 한 테이블 위에 올린 이유다.
지금 다시 정년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60세에 직장을 떠난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생기는 소득 공백도 해결해야 한다. 건강하고 숙련된 근로자에게 나이만을 이유로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정년이 늘어나는 동안 새로 들어올 사람의 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고용변화를 분석한 KDI 연구에서는 민간사업체에서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을 근로자가 한 명 많을 때 55~60세 고용은 약 0.6명 증가한 반면 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규모가 크거나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 숫자를 ‘60대 한 사람이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읽는 것은 연구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청년의 경쟁자는 60대가 아니다.
문제는 한정된 인건비와 인력 안에서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느냐다.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생긴다면 고령자와 청년은 함께 일할 수 있고, 숙련된 근로자가 후배에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도 가능하다. 반면 매출과 인력수요는 그대로인데 기존 근로자의 고용기간과 총인건비만 늘어난다면 기업은 기존 근로자를 내보내는 것보다 신규채용을 늦추거나 규모를 줄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년연장을 고령자 정책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년은 임금정책이고 기업의 인력정책이며, 동시에 청년의 첫 일자리와도 연결돼 있다.
그런데 논쟁은 자꾸 숫자로 돌아간다. 63세인가, 65세인가. 몇 년을 늘릴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몇 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연공형 구조를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일률적으로 깎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직무와 숙련, 책임에 맞는 임금체계를 만들고 계속고용과 재고용, 정년연장을 기업과 산업의 현실에 맞게 조합하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신규채용을 함께 넣어야 한다. 정부가 고령자 계속고용을 지원한다면 청년을 새로 채용하는 기업에도 그에 맞는 유인을 줄 수 있고, 공공기관부터 정년연장 전후의 연령별 고용변화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몇 명이 더 오래 일하게 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간 퇴직자는 얼마나 줄었고 신규채용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같이 보면 정년연장의 실제 효과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이 문제를 경험했다. 완벽한 해법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60세 정년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한 질문을 빼먹지 않았다.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은 어떻게 들어올 것인가.”
중장년에게 오래 일할 기회를 주는 것과 청년에게 제때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년을 늘리자는 말에는 그래서 한 문장이 따라붙어야 한다.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되, 그 때문에 다음 세대가 더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정년을 늘린다면 청년이 들어올 문도 함께 넓혀야 한다. 그것이 초고령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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