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트륨-메탈 전지는 값싸고 풍부한 나트륨을 사용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액체 전해질은 휘발성이 크고 불이 잘 붙어 화재 위험이 있으며, 반응성이 높은 나트륨 금속과 부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한계가 있었다. 대안으로 연구되는 고체전해질 역시 전극과의 접촉이 좋지 않아 계면 저항이 커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합 가능한 저융점 공융용매(PDES, Polymerizable Deep Eutectic Solvent)'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해질을 설계했다. 저융점 공융용매는 두 물질을 섞었을 때 각각의 녹는점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액체가 되는 친환경 용매로, 불연성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스스로 굳는 성분을 넣어, 액체 상태로 전극에 완벽히 스며든 뒤 전지 내부에서 그대로 고체화되는 '인시튜 중합(in-situ polymerization)' 기술을 적용했다.
핵심은 세 가지 성분(나트륨 과염소산염, NIPAM, 숙시노나이트릴)이 만들어내는 분자 간 '비공유 상호작용'의 조절이다. 연구팀은 NIPAM 분자가 나트륨 이온과 강하게 배위결합해 뭉쳐 있던 이온을 효과적으로 떼어내는 동시에, 중합 후에는 유연한 고분자 골격을 형성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함을 분광 분석과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규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전해질은 상온에서 1.39 mS/cm의 높은 이온전도도와 0.58의 우수한 나트륨 이온 수송율, 5.0 V의 넓은 전기화학적 안정 영역을 나타냈다. 대칭셀에서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구동했으며, 나트륨바나듐인산염(Na₃V₂(PO₄)₃) 양극을 적용한 완전지는 2C 속도로 1,0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90.4%를 유지했다.
안전성 검증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기존 액체 전해질은 불꽃에 닿는 즉시 연소했지만 개발된 전해질은 10초간 화염에 노출해도 발화하지 않았다. 또한 파우치셀을 접거나 가위로 자른 상태에서도 LED를 정상 점등시켜 유연성과 안전성을 함께 입증했다. 분석 결과 전극 표면에는 유기·무기 성분이 조화롭게 섞인 6~7 nm 두께의 균일한 보호막이 형성돼 전해질 분해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진 교수는 "친환경 저융점 용매의 우수한 이온 전달 특성과 고분자의 구조적 안정성을 하나의 소재에 결합한 연구"라며 "값싸고 안전한 나트륨 전지가 대용량 ESS와 유연 전자기기 분야에서 상용화되는 데 기여할 원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Energy Storage Materials(논문 영향력 지수=19.3)에 게재됐으며, 박찬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논문 제목: Noncovalent interaction-regulated polymerizable deep eutectic solvent electrolyte for sodium metal batteries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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