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뿐 아니라 예산·인사·조정 권한도 함께 배분해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조직개편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일 관련 조례안의 심사를 보류했고, 집행부와 의회는 청사별 기능과 부시장 근무지, 예산·인사·조직 기능 등을 포함한 26개 조정 요구를 놓고 다시 협의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어느 청사에 부시장과 부서를 더 둘 것인지를 둘러싼 지역 간 다툼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부서의 주소가 아니라 결정의 주소다.
조직개편안은 기존 4실·7본부·24국 체제를 4실·8본부·27국 체제로 확대하고 시장 직속 반도체실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주청사에는 기획·인사, 무안청사에는 예산·조직, 동부청사에는 산업·경제 기능을 배치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세 청사의 균형을 고려한 안이지만, 조직도가 균형 있게 보인다고 권한까지 균형 있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산업 관련 부서가 동부청사에 있더라도 예산편성과 투자심사, 인사와 조직조정 권한을 다른 청사에 의존한다면 동부청사는 사업을 건의할 수는 있어도 결정하기는 어려운 조직이 될 수 있다. 무안청사에 예산과 조직 기능을 두더라도 통합시의 핵심 전략과 시장의 의사결정이 광주청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전남청사의 위상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획·예산·인사·감사 기능을 지역적 균형만을 위해 지나치게 쪼개면 결재단계가 늘고 책임은 흐려져, 누가 결정했는지는 없고 여러 청사가 협의했다는 설명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을 동부권에 몇 개 국을 더 주고 서부권에 부시장 한 명을 더 두는 방식으로 봉합해서는 안 된다. 청사마다 어떤 정책을 최종적으로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인사·사업조정 권한을 함께 배치해야 한다. 지역별 부서 수를 맞추는 ‘조직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시작부터 결과까지 책임지는 ‘기능의 균형’으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예컨대 동부청사가 산업·경제의 책임청사라면 여수산단과 광양제철, 항만·물류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업기획권뿐 아니라 예산요구와 부서조정 권한도 가져야 한다. 순천의 대학·의료·교통·정주 기능을 여수·광양의 산업과 연결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순천은 단순히 동부청사가 있는 도시를 넘어 동부권의 산업과 삶을 잇는 플랫폼 도시가 될 수 있다. 무안청사는 농수축산과 해양·섬, 균형발전과 시·군 지원을 책임지고, 광주청사는 통합전략과 AI·도시산업, 문화와 시민주권을 책임지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이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서를 나눠 갖는 것보다 각 청사가 책임질 정책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 기준은 더 분명하다. 민원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광주와 무안, 순천을 오가야 한다면 통합은 행정의 확대일 뿐 편리함의 확대가 아니다. 공무원이 보고와 결재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반복하고 같은 지원기능이 청사마다 생긴다면, 통합으로 기대한 효율보다 다청사 운영에 따른 비용과 불편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세 청사를 운영하면서 출장비와 이동시간, 중복인력과 민원처리기간이 얼마나 늘거나 줄어드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조직개편 시행 전후의 결재시간, 청사 간 출장비, 민원처리기간, 권역별 예산과 사업성과를 측정해 공개해야 한다. 균형을 주장하려면 어느 청사에 몇 개 부서를 두었는지가 아니라 시민에게 어떤 결과가 돌아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조직개편이 계속 늦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정에 쫓겨 지역별 요구를 몇 개씩 나눠 담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정하는 구조는 앞으로 통합지원기금과 공공기관 이전, 대형 SOC와 산업투자의 결정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첫 조직표가 단순한 행정 내부 문서가 아니라 통합정부의 권력과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정하는 운영헌법인 이유다.
통합정부의 균형은 세 건물에 간판을 골고루 거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을 두고, 책임을 맡은 곳에 예산과 인력을 주며, 그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제 어느 부서가 어디로 가는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며 시민의 삶이 어떻게 나아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광주·무안·동부의 세 청사는 비로소 하나의 통합정부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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